*로큰롤 앨범 발표한 록의 살아있는 신화 폴 매카트니*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을 설명할 때 필자는 곤혹스럽다. 비틀즈의 멤버이자, 아내 린다 매카트니와 함께 윙스(Wings)를 이끌었고, 존 레논과 콤비로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폴 매카트니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어떤 표현도 그 앞에서는 상투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는 수없이 설명되어 왔고, 이해되어 왔으며,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서 다루어져(?) 왔다. 바로 그런 폴 매카트니가 새로운 앨범을 냈다. 그는 ‘60년대에는 비틀즈 멤버로서, ’70년대는 윙스를 이끄는 리더로서, 그 이후 솔로로 정력적인 활동을 해왔고, ‘90년대에 들어서 클래식 앨범을 내는가 하면, 유방암으로 죽은 아내 린다 매카트니의 추모 콘서트를 준비하고, 또한 이렇게 그가 젊은 시절로 회귀한 듯한 앨범 RUN DEVIL RUN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몇 년 전에 팻 분(Pat Boone)이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디오의 Holy diver,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등을 리메이크한 앨범 IN A METAL MOOD가 주었던 충격만큼이나 신선하면서 그답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은 그가 ’88년에 발표했던 RUSSIAN ALBUM 이후에 무려 11년만에 사용하는 샤우팅 창법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 녹음을 위해 평소 좋아하던 로큰롤 넘버들을 직접 선곡했으며, 새로운 곡들을 썼다. 또한 그가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뮤지션을 초빙했다. 기타에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그리고 믹 그린(Mick Green), 피아노와 키보드에는 피트 윙필드(Pete Wingfield), 저레인트 왓킨스(Geraint Watkins)가 맡아주었다. 그리고 드럼에는 딥 퍼플의 이언 페이스(Ian Paice)와 데이브 매택스(Dave Mattacks)가 참여했으며, 베이스는 당연히도 폴 매카트니 자신이 그 유명한 호프너(Hofner) 베이스로 직접 연주해 주고 있다. 이 앨범은 비틀즈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단 5일 만에 녹음이 끝났는데, 아마 그것은 폴 매카트니의 의도인 듯 싶다. 워낙에 실력이 좋은 뮤지션들이 참여한 탓도 있지만, 초창기 비틀즈 시절을 초로의 나이에 다시금 느껴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여간 그는 비틀즈가 과거 그랬듯이 아침에 두 곡, 점심 먹고 두 곡, 이런 식으로 녹음을 진행했다고 한다. 자, 그럼, 요즘 신세들에게는 급조된 앨범(?)처럼 느껴질 지도 모를 RUN DEVIL RUN을 꼼꼼히 들어보자. 킥 오프 트랙인 Blue jean bop은 스트레이 캐츠(Stray Cats)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로커빌리 곡이다. 폴 매카트니는 진 빈센트(Gene Vincent)의 오리지널을 감미로운 분위기로 재해석하고 있다.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의 She said yeah는 헤비한 로큰롤 넘버로 폴 매카트니는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샤우팅을 보여준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무대에서 ‘50년대식 액션(?)을 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생동감이 살아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히트곡인 All shook up은 선배 뮤지션인 엘비스에게 헌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Run devil run은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신곡으로 본 앨범을 통해서 가장 헤비한 로큰롤 넘버. 거의 쉼표가 없어 보이는 이 노래를 폴 매카트니는 정력적으로 불러주고 있다. 간주로 삽입된 스래시함이 가미된 전형적인 로큰롤 기타 솔로와 홍키 통크적인 피아노 솔로가 인상적이다. No other baby는 바이퍼(The Viper)의 오리지널로 흡사 U2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Lonesome town은 리키 넬슨(Ricky Nelson)의 노래로 폴 매카트니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슬로 록 넘버 곡을 서정적으로 불러준다. Try not to cry는 폴 매카트니의 작품으로 비틀즈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오버 더빙에 의한 하모니보컬이 인상적이다. 칼 퍼킨스(Carl Perkins)의 Movie magg은 이색적으로 컨트리 풍으로 편곡되어 있다. Brown eyed handsome man은 로큰롤의 개척자인 척 베리(Chuck Berry)의 작품으로 마치 어깨춤이 절로 나오도록 흥겹게 편곡되어 있다. What it is?는 그의 자작곡으로 미드 템포의 로큰롤 곡이며, Coquette는 패츠 도미노(Fats Domino)의 슬라이드 기타가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약간은 느끼한(?) 맛이 나는 곡이다. I got stung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마치 모창을 하듯 그의 창법을 흉내내어 부르고 있고, 자니 버넷(Johnny Burnett)의 노래인 Honey hush에서는 헤비한 리프와 빠르고 강력한 보컬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Shake a hand는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노래로 슬로 템포에 몸을 맡겨 술취한 채 몸을 흔들고 싶은 곡인데 기타 연주가 맛깔스럽게 들어가 있다. 마지막 곡인 Party는 이 앨범에 가장 많은 오리지널을 제공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반항적인 로큰롤 정서를 매우 잘 표현한 트랙이다. 이렇듯 이 앨범은 로큰롤의 A부터 Z까지를 모두 보여주는 앨범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추억 속에 젖어 사는 법이고 폴 매카트니도 예외일 수 없었을 것이다. 폴 매카트니에게 있어서 이번 추억으로의 여행은 아주 특별하고 감미로우며 또한 뜻깊은 것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이 앨범을 대하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폴 매카트니는 이 앨범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내가 수년 동안 원했던 특별한 앨범이다. 혹자는 내가 고상한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앨범이 말해 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로큰롤을 사랑한다.”